찬송 시편

시편은 다양한 장르의 시들이 모여있는 책이다. 시편은 총 150편으로 되어 있는데, 각각의 시가 별개의 책이라 할 정도로 간결한 형태로 다양한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창세기 본문 분석을 통해 양식비평 방법론을 제시한 궁켈은 특별히 시편의 장르를 분류하는데 몰두하였고, 그가 제시한 시편의 장르 분류법은 지금까지도 중요하게 참고되고 있다. 궁켈의 시편 장르 구분

시편 104편은 일반적인 찬송시(hymn)로 분류되고 있다. 이 시편 내용의 핵심은 바로 '창조'의 모티프이다. 이 시는 여호와 하나님을 송축함에 있어 하나님의 창조 능력과 섭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매우 가시적이고 역동적으로 잘 표현해 내고 있다.

특히 이 시편의 서두에서 묘사되는 창조주로서의 여호와의 모습은 바로 '빛'이다. 하나님께서는 빛을 두르신 분으로 묘사되고 있다(104:2 주께서 옷을 입음 같이 빛을 입으시며). 이 시편은 빛이 되신 여호와께서 물, 바람, 땅, 그리고 모든 피조물의 질서를 만드신 분이라 노래하고 있다.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다고 나타나는 이 요소들은 고대 근동의 문화와 종교권에서는 바로 '신'으로 인식되던 것들이었다. 시편 104편은 이 모든 것들을 하나님의 속성 내지 피조물로 철저히 비신화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헤이즈는 그의 저서에서 이 찬송시와 고대 이집트에서 지어진 <아톤에게 바치는 찬송>을 비교해 보라고 제안하고 있다.1) 아톤 신은 제18왕조(1352-1336)의 왕이었던 아케나텐이 중요하게 여겼던 '태양신'이다(참고). 그는 기존에 최고 신으로 숭배되었던 아문-레 숭배를 철폐하고, 오직 아톤 신만을 섬기게 하는 이른바 '일신 종교개혁'을 단행하였다. 그의 시대에 남겨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톤에게 바치는 찬송>은 태양신인 아톤신이 이땅의 창조주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상의 유사성이 시편 104편과 비교하게 되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헤이지는 아래와 같이 <아톤에게 바치는 찬송>과 시편 104편을 비교해 볼 것을 제시하고 있다.2)

아톤에게 바치는 찬송 시편 104편
3-8행 1b-2a절
35-38행 16-17절
80-94행 10-13절
20-44행 20-26절
111-114행 28-30절

헤이즈가 잘 제시하고 있듯이 열왕기하 23:11은 유다 백성들이 태상신 숭배에 몰두했던 흔적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그리 타아낙에서 발견된 제대(주전 10세기) 위에 묘사되어 있는 태양 디스크의 형상은 이를 고고학적으로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참고)

또 유다 여러 왕이 태양을 위하여 드린 말들을 제하여 버렸으니 이 말들은 여호와의 성전으로 들어가는 곳의 근처 내시 나단멜렉의 집 곁에 있던 것이며 또 태양 수레를 불사르고
(왕하 23:11)

빛과 창조주로서의 유일신의 속성이 연결된 것은 창세기 1장의 창조 본문이 대표적이다. 창세기 1장과 시편 104편은 구성상으로 볼 때 매우 닮아 있다. 빛으로 시작하여 물을 다스리고, 땅의 기초를 놓고, 물과 땅의 경계를 만들고 그 위에 피조물을 살게 하는 이 순서는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헤이즈는 버나드 앤더슨의 연구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시편 104편과 창세기 1장을 비교하고 있다.

시편 104편 창세기 1장
1-4절 6-8절
5-9절 9-10절
10-13절 6-10절
14-18절 11-12절
19-23절 14-18절
24-26절 20-22절
27-30절 24-30절

아톤 신에게 바치는 찬양과 시편 104편, 그리고 창세기 1장은 서로 어떤 관계이며 어떠한 영향을 주고 받았던 것일까? 중요한 것은 성서에서는 '태양'과 '빛'을 구분한다는 점이다. 성서는 태양(해)을 하나님의 피조물로 취급한다. 창조를 일으키는 '빛'은 보다 근원적인 속성이라 할 수 있다. 이집트인들이 바라보았던 빛은 지구를 비추는 태양이었지만, 우리는 과학의 발전을 통해 태양의 빛은 작은 빛에 불과함을 알고 있다. 창조의 이야기를 글이나 시로 기록한 성서의 저자들은 바로 이러한 근원적인 빛의 의미를 바라볼 수 있었고, 이 빛 아래에 태양을 포함해 모든 천체들은 하나님의 피조물에 불과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성서는 고대 근동 문학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지만, 이를 하나님 중심의 신앙에서 재구성하여 표현해 내었던 것이다.

1)
크리스토퍼 헤이즈, <고대근동 문헌과 구약성경>, 643-660을 참고
2)
헤이즈, 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