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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법에 관한 규정 (23장 1-44절)
본문의 구조 (발제자: 김대완)
성결법전으로 여겨지는 레위기 17-26장은 특정 본문(레 21-22:33)을 제외하고는, 수신대상을 하나님과 관련된 이스라엘 백성 전체로 한다. 1-16장까지의 내용이 하나님 사랑이었다면, 이어지는 본문은 하나님의 거룩성을 그 백성된 자들이 어떻게 삶에서 드러내며 입증할 것인가, 성소를 초월한 삶의 전반에 이르는 실천적 내용을 담고 있다.
레위기 23장은 17장에서 26장을 10개의 개별 지문으로 나눈 부분 중 하나이다.1) 8개의 개별 지문과 같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로 시작된다. 그리고 봄(레 23:1-22)과 가을(23:23-43) 계절에 따라 두 부분으로 또 나뉜다.2) 이는 이스라엘 절기가 정주공동체, 농경사회를 이루는 농사력에 기반한 것임을 의미한다.3)
각각의 절기는 국가적 차원의 종교절기이다. 따라서 먼저는 농경생활을 통한 추수의 모든 결과가 하나님께 있음을 공표한다. 이를 통해 농경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의 통제성 역시 하나님께 있음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완전한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기억하는 절기 중에 노동은 허락되지 않는다. 또한 절기가 적용되는 공간은 성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본문은 “너희가 거주하는 각처에서”로 삶의 터전을 말하고 있다.4) 끝으로 본문은 삶에서의 윤리적 태도, 즉 '이웃사랑'의 실천모델로 가난한 자들을 기억할 것을 기록하고 있다.5)
일곱 절기법은 매주 행하여지고 모든 절기의 근본으로 여겨지는 안식일로 시작된다. 안식일은 하나님이 시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통제하실 수 있는 주권자임을 기억하는 날임과 동시에 노동에 대한 쉼을 의미하고 있다. 이는 애굽시대에 종노릇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굽시키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쉼이다. 이어지는 여러 절기들은 안식일의 핵심가치를 담고 있다.
1. 절기에 대한 서론(23:1-2)
2. 안식일(23:3)
3. 유월절과 무교절(23:4-8)
4. 첫 수확물(23:9-14)
5. 칠칠절(23:15-22)
6. 나팔절(23:23-25)
7. 속죄일(23:26-32)
8. 초막절(23:33-44)
본문의 청중의 시대 (발제자: 석미현)
23장은 앞 장인 22장과 연결점 및 대조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연결적 측면에서 보면 성물의 섭취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22장 다음에 절기 참여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23장이 나온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절기들에는 필연적으로 백성의 제물의 섭취가 동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23장에는 22장과의 대조점도 존재하고 있다. 21-22장의 주 청중은 제사장들인데 반해 23장의 주 청중은 이스라엘 백성이다. 또한 23-27장 전체의 주 청중이 항상 이스라엘 백성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23장은 주 청중이 제사장 집단에서 일반 백성으로 바뀌는 시발점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문의 이스라엘의 시대]
그렇다면 본문의 주 청중인 레위기의 이스라엘 백성은 어느 시대라고 볼 수 있는가. 비평학자들이 주장하듯이 레위기가 포로기 이전 시대의 말엽 혹은 포로기 이후 시대의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 문학적인 차원에서 보면 레위기의 연대기는 출애굽 1주년 기념으로 세워진 성막 준공식부터 시작된다(출 40:2, 17, 참조. 12:2). 성막이 준공된 지 한 달 후 이스라엘은 약속의 땅을 향하여 진군할 준비를 마친다. 레위기는 이 ‘한 달 동안’에 주어진 규례들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자면 레위기 안에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의 정착 초기부터 땅을 상실할 때까지, 즉 성전이 건재할 동안에 준수된 율법들과 포로기 이후 스룹바벨이 지은 제2성전 시기에 효력을 가졌던 율법들이 연대 구분 없이 혼재되어 있다. 율리우스 벨하우젠(Julius Wellhausen)과 같은 비평적 역사가들은 레위기의 율법이 대부분 포로기 이후의 역사적 대파국적 재난 경험과 죄책감을 반영한, 포로기 이후에 유래한 율법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스라엘 역사서설』(Prolegomena to the History of Ancient Israel, 1878)6)에서 예배장소, 제사제도, 거룩한 종교축제들, 제사장과 레위인의 구별된 직위제도 등에 대한 제사장 문서(소위 P문서, 즉 출 25-31, 35-40장, 레위기 전체, 민 1-10장, 15-36장의 대부분)는 왕이 없던 포로기 이후의 제2성전 시대를 반영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더 나아가 성막을 중심으로 펼쳐진 정교한 제사제도는 포로기 이전에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세 와인펠트(Moshe Weinfeld)는 레위기 율법의 고대성(pre-exilic origin)을 설득력 있게 옹호하고 있다. 그는 속건제를 의미하는 “아셈”이라는 단어가 기원전 15-14세기에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라샴라 토판(시리아에서 발굴)이나 에블라 토판(팔레스틴) 등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을 들어 속죄의식이 포로기 이후에 유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레위기 문서 안에도 다른 오경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역사의 여러 지층이 공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본문 전체가 위에서 파악된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발제자: 최성민)
본문의 내용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발제자: 임강혁)
상기한 것 처럼 23장은 여호와의 절기에 대한 나열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본문이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저 고대 이스라엘의 월력에 대한 나열과 소개일 뿐일까? 그러나 레위기 23장에 등장하는 '여호와의 절기'들의 정수를 추출하라면 '구별'과 '거룩'일 것이다. 바로 이 안에는 '여호와의 절기'와 함께 언급된 '성회'를 통해 절기들의 초점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제사)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7)
첫 번째 언급하는 절기는 안식일로, 이날은 모든 노동을 쉬어야하며 단순한 휴식을 넘어 하나님께 드리는 성회를 통해 '여호와의 안식일'로 지켰다. 특히 중앙 성소로 이동해야하는 '순례 절기'가 아니었기에 지역 공동체와 가족을 중심으로 지킬 수 있는 절기가 안식일이었다.8)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길일과 흉일의 목록을 만들어 7배수의 날들을 특별히 흉일로 여겼으나 오히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일곱 번째 날을 거룩한 안식일로 지켰고 이를 통해 타 다른 민족과는 다른 월력을 가지고 구별된 거룩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9) 오늘날 안식일에 해당하는 것은 주님의 날, '주일'일 것이다. 이 주일이야말로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 '절기 중의 절기'이지 않을까.
이후에 등장하는 유월절, 칠칠절, 초막절은 중앙 성소로 순례해야하는 절기들로 이스라엘 공동체의 전체 모임이 될 수 있었다. 시간에 따른 알맞은 절기와 구별된 삶은 형식뿐만 아니라 특별한 음식, 성회 등 다양한 요소들과 결합해 여호와에 대한 신앙을 입체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이와 같은 각 시기와 계절에 알맞은 예배력에 따라 여러 절기들이 배치되어 있다. 봄의 부활절, 가을의 추수감사절, 겨울의 성탄절이 대표적인 예시이지 않을까. 이러한 예배력을 준수함으로 우리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구원과 다시금 만나게 될 것이다. 이것을 기념하고 기억할 때 교회 공동체의 은혜의 기억을 확립하며 공동체 안에서 성령의 거룩하게 하시는 힘을 공급받을 것이다.10)
개인적으로 이러한 '여호와의 절기'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소'의 개념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회막'이나 '성전'이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적인 성소'였다면 '절기'는 이스라엘 민족의 선택과 구원과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심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적인 '성소'로 보여진다. '성소'란 일반적인 장소들로부터 구별된 거룩한 곳이며 이 곳에서의 제사를 통해 하나님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시간들 속에 구별된 '여호와의 절기'들은 '비가시적인 성소'였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