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이 여로보암을 죽이려고 했던 이유 – 번역본이 주는 편견

성서를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번역본으로 성서를 대하게 된다. 그런데 번역된 성서가 종교 경전으로써 갖는 위치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내용 자체를 100%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복잡한 히브리어나 헬라어를 공부하지 않는 이상, 아니 공부한다 할지라도 원어로 성서를 읽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만큼 번역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번역의 과정은 일종의 해석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특정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100% 정확하게 문자 그대로 옮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일이다. 그래서 번역자가 “스스로 이해하는 대로” 성경을 번역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열왕기상 11장은 솔로몬 왕의 말년에 일어났던 그의 죄악과 그에 따른 하나님의 심판을 기록하고 있다. 12장은 북왕국과 남왕국의 분열 과정이 잘 나타나 있는데, 이 과정 가운데 핵심적인 인물은 여로보암이다. 여로보암의 이야기는 11:26부터 40절까지 비교적 길게 서술된다. 그는 유능한 관료로 솔로몬이 행하고 있던 공역을 감독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런데 그는 길에서 아히야 선지자를 만나게 된다(29절). 그는 에브라임 지파 출신으로 요셉지파(므낫세, 에브라임) 지역의 공역 감독관이었기 때문에(26, 28절) 그가 예루살렘을 떠나 향했던 길은 예루살렘 북쪽 방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히야 선지자는 에브라임 지파 지역에 속해 있는 실로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여로보암은 아래와 같은 길목에서 아히야 선지자를 만났을 것이다.

예루살렘과 실로 사이는 위 지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산지길이고, 위에 표시된 도로를 달리면 황량한 산지들이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로보암은 공역의 상황을 예루살렘에 보고하고 다시 자신의 일터로 향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 그는 아히야 선지자를 외딴 들판에서 마주하게 된다(29절). 성서는 그 둘 외에 아무도 없었음을 강조한다(ושניהם לבדם בשדה 그 둘만 들판에 있었다). 그만큼 여로보암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이 은밀하게 선포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무엘이 다윗에게 은밀히 왕의 기름 부음을 했던 것을 상기시킨다. 사울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스스로의 질투심으로 인해 다윗을 죽이려고 한다. 하나님은 다윗에게 기름부음을 주신 이후에도 사울을 직접 벌하지 않으셨다. 겉으로 볼 때 사울의 옹졸한 생각이 다윗과 스스로를 대립하게 만들고 몰락의 길을 걷게 만든 것이다. 결국 하나님의 예언대로 비참한 최후를 자초한 이는 사울 그 자신이었다.

솔로몬과 여로보암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솔로몬은 여로보암이 왕으로 예언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가 없다. 왜냐하면 성서는 분명히 그 예언이 선포될 때에 아히야 선지자와 솔로몬만 외딴 들판에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40절의 번역이 문제가 된다. 히브리어 본문은 아래와 같다.

ויבקש שלמה להמית את ירבעם

이에 대해 한글 개역개정판은 아래와 같이 번역한다.

이러므로 솔로몬이 여로보암을 죽이려 하매 (개정개역)

개정 개역판은 “이러므로”라는 말을 삽입하여 앞서 나왔던 예언 선포와 솔로몬이 여로보암을 죽이려고 했던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히브리어 본문에는 인과관계를 표현하는 접속사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히브리 성서에는 인과관계를 표현할 때, לכן (그러므로)이라는 접속사를 사용하거나 예를 들어 בשמעו (그가 그것을 들었을 때에)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앞에 나온 사건과 연결하는 표현들을 사용한다. 유대역인 JPS 역시 아래와 같이 인과관계 접속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Solomon sought to put Jeroboam to death (JPS)

어떤 특정한 이유가 상술되지는 않지만 솔로몬은 여로보암을 죽이려고 했다. 여로보암은 용사이고, 유능한 관리였기 때문에 사울이 다윗에게 그러하듯, 스스로의 질투심 때문에 여로보암을 죽이려고 했는지 모른다. 통일왕국을 계속해서 이어가지 못하고 다음 세대에 분열 왕국 시대를 초래한 이는 결국 솔로몬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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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World Theory로 분석한 솔로몬의 지혜로운 판결 이야기(누가 살아있는 아기의 어머니인가)

  1. 그 때에 창기 두 여자가 왕에게 와서 그 앞에 서며
  2. 한 여자는 말하되 내 주여 나와 이 여자가 한집에서 사는데 내가 그와 함께 집에 있으며 해산하였더니
  3. 내가 해산한 지 사흘 만에 이 여자도 해산하고 우리가 함께 있었고 우리 둘 외에는 집에 다른 사람이 없었나이다
  4. 그런데 밤에 저 여자가 그의 아들 위에 누우므로 그의 아들이 죽으니
  5. 그가 밤중에 일어나서 이 여종 내가 잠든 사이에 내 아들을 내 곁에서 가져다가 자기의 품에 누이고 자기의 죽은 아들을 내 품에 뉘었나이다
  6. 아침에 내가 내 아들을 젖 먹이려고 일어나 본즉 죽었기로 내가 아침에 자세히 보니 내가 낳은 아들이 아니더이다 하매
  7. 다른 여자는 이르되 아니라 산 것은 내 아들이요 죽은 것은 네 아들이라 하고 이 여자는 이르되 아니라 죽은 것이 네 아들이요 산 것이 내 아들이라 하며 왕 앞에서 그와 같이 쟁론하는지라
  8. 왕이 이르되 이 여자는 말하기를 산 것은 내 아들이요 죽은 것은 네 아들이라 하고 저 여자는 말하기를 아니라 죽은 것이 네 아들이요 산 것이 내 아들이라 하는도다 하고
  9. 또 이르되 칼을 내게로 가져오라 하니 칼을 왕 앞으로 가져온지라
  10. 왕이 이르되 산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은 이 여자에게 주고 반은 저 여자에게 주라
  11. 그 산 아들의 어머니 되는 여자가 그 아들을 위하여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왕께 아뢰어 청하건대 내 주여 산 아이를 그에게 주시고 아무쪼록 죽이지 마옵소서 하되 다른 여자는 말하기를 내 것도 되게 말고 네 것도 되게 말고 나누게 하라 하는지라
  12. 왕이 대답하여 이르되 산 아이를 저 여자에게 주고 결코 죽이지 말라 저가 그의 어머니이니라 하매
  13. 온 이스라엘이 왕이 심리하여 판결함을 듣고 왕을 두려워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그의 속에 있어 판결함을 봄이더라

Text-World Theory란 본문에 반영되어 있는 가상(혹은 실재) 세계를 정의함으로 텍스트 이면에 있는 등장인물들의 대화 혹은 사건들의 심리적이거나 인지적인 내용을 분석하여 본문을 더 잘 이해하려는 “독자 반응 비평”의 일종에 속하는 문학 방법론이다. 나중에 이에 대해 자세히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의 사이트를 참고하라. (https://textworldtheory.org/)

하나의 세계(world)는 시간,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이 이론에서 세계는 물리적인 세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세계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위 본문을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세계가 구성된다.

세계1
16-17절 일부(“한 여자는 말하되”까지)
장소: 왕의 재판정
인물: 두 창기, 솔로몬 왕
시간: 그 때에 (솔로몬이 지혜를 하나님으로부터 받고 난 후. 하나님 앞에 제사를 마치고 난 후)

세계1 ==> 세계2 (시간의 변화 – 창기1의 과거 회상)

세계2
17절 일부 – 21절
장소: 두 창기가 살던 집
인물: 두 창기, 다른 사람이 없었음을 강조
객체: 죽은 아기, 산 아기
시간: 두 창기가 해산하고 난 뒤 3일 뒤

세계2 ==> 세계3 (시간의 변화 – 과거회상에서 현재)

세계3
22-27절
장소: 왕의 재판정
인물: 두 창기, 솔로몬
객체: 죽은 아기, 산 아기
시간: 담화가 이루어지는 그 시간(본문의 현재)
감정표출: 그 산 아들의 어머니 되는 여자가 그 아들을 위하여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세계3 ==> 세계4 (공간의 변화 – 온 이스라엘)

세계4
28절
장소: 이스라엘 전역
인물: 이스라엘 백성
시간: 솔로몬의 판결 이후
감정표출: 왕을 두려워하였으니

위 본문의 첫번째 세계는 솔로몬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고 지혜를 얻은 다음에 열리고 있다. 이러한 연결성으로볼 때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솔로몬이 받은 지혜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해 주고자 하는 것 같다. 그 때 왕의 재판정에 두 창기가 찾아온다. 여기서 두 창기와 솔로몬이 주요 행위자로 등장하는데 그 구성이 매우 어색하다. 왜냐하면 당시 신분이 비천한 창기들이 왕 앞에 바로 선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시각에서는 파격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파격적인 등장인물들을 새로운 세계에 놓고 왕과 동일한 선상에 둠으로 왕의 지혜의 첫번째 요소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솔로몬이 구한 “듣는 마음”(9절)의 실체이다. 즉, 신분을 가리지 않고 백성들의 말을 듣는 것이 솔로몬이 받은 지혜의 한 속성이라 볼 수 있다.

두 번째 세계는 첫번째 창기의 과거 회상으로 새롭게 생성되고 있다. 첫번째 세계의 현재 시점에서 첫번째로 등장하는 창기의 과거 진술로 옮겨가고 있다. 장소는 두 창기가 살고 있는 집이고, 그 창기는 자신들 외에는 어떤 사람도 있지 않았다고 진술한다. 이런 진술에서 느껴지는 두 번째 세계의 이미지는 “고립” 혹은 “외로움”이다. 여성이 아이를 출산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었고, 해산 후에 돌봐줄 사람 없이 둘만 있었다는 것 또한 그들의 삶의 어려움을 나타낸다. 결국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아기”였다. 위에서 나는 죽은 아기와 산 아기를 인물이 아닌 객체로 분류했다. 이는 위 본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아기들의 본질은 창기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소유물”이라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기들은 두 창기의 삶에 있어서 절대적인 소유물이었고, 그러기에 살아있는 아기의 소유권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또한 이 두 번째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 이 과거 진술을 하고 있는 첫번째 창기의 심리적인 상황이다. 그녀의 진술은 매우 일관되어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는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것은 바로 이 창기의 진술을 확인해 줄 증인이나 증거가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여인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혹은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매우 모호하다. 이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읽지 않은 독자라면 이 여인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라 쉽게 믿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그것은 정말로 이 여인의 말대로 그녀가 잠을 자고 있었더라면 그 아기가 죽은 원인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때로는 매우 논리정연한 진술이 꾸며진 진술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여인의 진술은 이 사건을 해결하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세 번째 세계는 다시 왕의 재판정 현재이다. 이 과거의 이야기를 들은 두 번째 창기가 그 이야기를 부정하며 살아 있는 아기가 자신의 것이라 주장한다. 이 창기는 과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현재의 이야기만을 하고 있다. 현재의 이야기는 곧 살아있는 아기에 대한 집착이다. 자신을 논리있게 변호하려고 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소유권만을 주장하는 모습이 첫번째 여인의 모습과 대비된다. 그러나 이를 그냥 스쳐 지나가면 이 여인이 자신의 욕심만을 주장하고 있는 여인으로 비춰지고 아이를 죽인 범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를 빼앗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입장에서 과연 이성적이고 논리적일 수 있는 것이 가능할까? 이 여인이 논리가 없다고 해서 거짓을 이야기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

세 번째 세계에 마지막으로 개입하는 인물은 바로 솔로몬 왕이다. 솔로몬 왕은 이 재판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솔로몬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두 여인의 증언으로부터 판결을 할 수는 없다. 증인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솔로몬은 전혀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살아있는 아이를 데리고 와서 반으로 쪼개어 각자에게 주라는 것이다. 솔로몬의 이 판결문에서 나타나는 것은 솔로몬 역시 아기를 철저히 객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반으로 쪼개어 나눠주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에게 있어서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두 여인이 살아있는 아기를 (누가 진짜 어머니인가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소유물로 삼으려는 이기심을 꼬집어내는 판결이다.

에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하이라이트는 철부지 사자 라이온 킹이 동료가 위험에 처했을 때 야성을 되찾아 숲의 왕으로 등극하는 장면이다. 심리적인 극한에 치달았을 때, 본능이 폭발하게 되며, 모든 감정과 이성을 우선하게 된다. 여기가 바로 그 장면이다. 진짜 어머니는 그 아기가 어떤 자의 소유가 되건 간에 살아있어야 한다는 모성애의 본능이 여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가짜 어머니의 시니컬한 반응과 극명히 대조된다. 그럼으로 솔로몬은 모성애의 표출을 통해 진짜 판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솔로몬의 지혜의 속성이 나타나게 된다. 두 창기의 증언들만 난무한 가운데 누구도 생각지 못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판하는 능력을 통해 솔로몬의 지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4번째 세계는 왕궁을 벗어나 온 이스라엘로 범위가 전환되고 있다. 여기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두려움의 감정을 표출한다. 1-2장에서 솔로몬은 왕위에 등극하기 위해 엄청난 투쟁을 겪어야 했고, 여전히 왕위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솔로몬은 자신이 하나님의 의해 선택된 왕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고, 이것은 이 재판 과정을 통해 분명하게 전달된 셈이다: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그의 속에 있어 판결함을 봄이더라”

마지막 질문은 그렇다면 누가 진짜 살아있는 아기의 어머니인가 하는 점이다. 본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다. 오직 하나님의 지혜를 가진 솔로몬만 그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 저자가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메시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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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Fabric과 R을 이용한 성서 히브리어 문체 분석 기초

성서는 하나의 책이지만 수천 년의 세월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한 자리에서 쓴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손길을 거치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텍스트로 정착된 것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언어적인 특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서의 역사를 밝혀내고자 하는 학자들은 언어적인 특징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어가 변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어적인 특징을 잘 구분하면 해당 본문이 쓰여진 시대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본 포스팅은 구문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성서 데이터 베이스(Text-Fabric)와 다양한 통계 수치를 산출할 수 있는 통계 프로그램인 R을 이용하여 간단하게 성서 히브리어 문체 분석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포스팅에서 사용한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를 산출하기 위한 코드는 아래를 참조해 주십시오.

  • Text-Fabric: 어형, 구문 등과 같은 다양한 성서 히브리어 정보가 수록되어 있는 오픈 데이터베이스
  • Text-Fabric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뽑아서 csv 포맷으로 저장해 주는 Python Code 소스
  • 통계 데이터를 산출하는 R 소스 코드  (제가 R을 개인적으로 공부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코드가 상당히 조잡합니다. ^^; )

데이터를 뽑고 R 코드 소스를 작성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나중에 동영상으로 따로 업로드를 하려고 합니다. 아무튼 제가 간단한 성서 문체 분석을 하기 위해 수행한 절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샘플 텍스트 선정: 샘플 텍스트는 텍스트의 시대 구분에 있어서 학자들의 이견이 거의 없는 것으로 선정을 해야 합니다. 저는 포로기 이전의 본문으로 사무엘서를 택하였고, 포로기 이후의 본문으로 역대기서를 택하였습니다.
  • 시험 텍스트 선정: 샘플 텍스트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특징을 구별해 낼 수 있으면 이 데이터를 토대로 시대를 추측할 대상인 텍스트를 선정해야 합니다. 저는 레위기와 에스더를 선정했습니다. 이 책들이 포로기 이전의 언어에 가까운지, 포로기 이후의 언어에 가까운지 혹은 과도기적인 특징을 보이는 지를 살펴볼 것입니다.
  • 분류 기준 선정: 어느 특징에 따라 텍스트를 분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다양한 언어적인 특징들을 적용해야겠지만, 저는 프랑크 폴락(Frank Polak)이 제시한 여러 기준 가운데 명사절 비율[1]과 아비 후르비츠(Avi Hurwitz)가 제시한 여러 기준 가운데 אל과 על 전치사 사용 비율[2] 등을 기준으로 텍스트의 특징을 파악해 볼 것입니다.

일단 샘플 텍스트와 시험 텍스트의 데이터를 뽑아서 각각의 책들에서 나타나는 절 형태의 비율을 산출했고, 시각적으로 확인이 쉽도록 아래와 같이 그래프로 표현했습니다.

위 그래프는 책 별로 가장 많이 사용된 상위 5개의 절 유형을 분석하고 있는 그래프입니다. 각 지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 InfC: 구문형 부정사 절
  • NmCl: 명사절
  • Ptcp: 분사절
  • Way0, WayX, WQtX: 봐브+동사로 이루어진 다양한 유형의 동사절

위 유형들 가운데 동사절을 제외한 구문형 부정사 절, 명사절, 분사절 등은 모두 명사적인 요소로 이루어진 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지표를 살펴보면 역대기에서 명사절의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사무엘서는 동사절의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즉 후기의 책일수록 명사절의 비율이 높다는 폴락의 이론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레위기와 에스더서의 경우를 보면 레위기는 명사절보다는 동사절의 비율이 크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명사절의 비율만 놓고 본다면 레위기는 포로 후기의 문체를 보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반면 에스더서는 명사절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에스더서가 포로 후기의 문체를 전형적으로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그 차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각 책의 명사절 요소들의 비율을 모두 합산하여 점 그래프로 아래와 같이 만들어 보았습니다.

위에서 유추한대로 역대기서와 에스더서, 그리고 레위기와 사무엘서과 명확하게 구별됨을 볼 수 있습니다. 레위기는 사무엘서보다도 명사문장의 비율이 상당히 낮게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편의 상 상위 5개의 문체들만 가지고 통계를 낸 것이라 실제로  레위기의 명사문장 비율은 이보다는 더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아무튼 레위기는 사무엘서에 보다 가까운 문체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전치사의 사용 스타일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했던 대로 우선 각 책에서 나타나는 전치사 사용 비율을 아래와 같이 그래프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한 눈에 봐도 ל 전치사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전치사임을 볼 수 있습니다. 각각 전치사의 사용 비율을 살펴보면 그렇게 의미 있는 데이터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서 제가 언급했듯이 여기서 중요한 것은 אל과 על의 사용 비율입니다. 사무엘서는 אל이 על보다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역대기에서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על이 אל보다 훨씬 많은 비율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레위기와 에스더에서도 על이 많이는 아니지만 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데이터를 על의 사용 수 / אל의 사용 수 공식을 이용하여 사용 비율 값을 구한 뒤 아래와 같이 점 그래프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값이 크면 클 수록 על의 사용 비율이 보다 높다는 의미입니다.

매우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역대와 사무엘서의 특징이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그런데 에스더서와 레위기는 거의 중간 값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치사의 특징 만으로 본다면 에스더서와 레위기는 과도기적인 언어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명사 문장 데이터와 전치사 사용 비율 데이터를 통합하여 생각해 본다면 에스더와 레위기는 기본적으로 포로기 이전에서 포로기 이전 말이나 포로기로 넘어가는 시대의 과도기적인 언어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에스더서는 내용상으로 볼 때 포로기 이후의 책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의식적으로 어느 정도 포로기 이전의 성서 히브리어를 작성하려고 애를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레위기는 그 시대 구분에 있어 학자들의 논쟁이 매우 뜨거운 책입니다.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지만 위의 데이터를 통해 볼 때 레위기는 아주 늦은 시대는 아니고 포로기 이전 후기 정도의 과도기적 특징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사무엘서(포로기 이전) -> 레위기(포로기 이전 후기) -> 에스더(포로기 이후 전기) -> 역대기(포로기 이후 후기)

본 포스팅은 매우 일부분으로 성서의 문체를 간단하게 유추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통계 툴 등을 통해 성서 문체 연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고, 성서 문체를 분석할 수 있는 툴도 앞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에 관해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1] 명사절 비율이 높을수록 구어체보다는 문어체에 가까우며 이는 포로 후기 서기관 전통을 반영하는 것이다.

[2] 포로 후기 문헌으로 갈수록 아람어의 영향으로 אל 보다는 ע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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